휠라 윤윤수 회장 "10년 먹고 살 아이디어 있어"

[머투초대석]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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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지난 9월 여의도 증권가의 최대 관심은 단연 휠라코리아 (66,600원 상승4100 -5.8%)(FILA KOREA)였다. 휠라코리아의 공모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알려지며 코스피시장 입성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됐다.

두 달이 지난 지금 휠라코리아에 대한 의견과 전망은 엇갈린다. 그러나 패션 업종 대표주로서 휠라의 가능성에 대해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65)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윤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 본사 인수’ 신화에 이어 ‘코스피 상장’이라는 성장엔진까지 장착을 끝마쳐 다소 지쳐보였다. 그는 그러나 신화의 주인공답게 스포츠브랜드 빅4를 향한 '미래 휠라'의 전략들을 이내 술술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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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휠라코리아 상장 대박에 대한 소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빅4'를 향한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생각은 악동처럼 행동은 모범생처럼”

"돌이켜보면 10년 주기로 먹고 살 핵심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맨주먹의 그를 일으켜 세우고 난장이 휠라를 거인으로 만든 성공무기는 다름 아닌 시대별로 들고 나왔던 아이디어였다. 우직하게 실물 경제에서 승부를 걸던 그였지만 휠라와 인연을 맺으면서 첨단 금융기법 활용을 하는 등 이른바 '파이낸싱의 도사'가 다 됐다

- 휠라코리아와 윤윤수의 성공 무기는 무엇인가.
▶시대별로 한 가지씩 먹고 살 아이디어가 반드시 있었다. 1970년대는 ‘어떻게 하면 일본보다 싸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가격 경쟁력 아이디어로 버텼다. 1980년대는 IT중심의 지적재산권 이용에 관한 아이디어로 먹고 살았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는 재무 구조변화에 초점을 둔 아이디어로 성공을 거뒀다. 2001년부터는 새로운 금융기법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살고 있다.


실제 글로벌 휠라 인수과정에서 윤 회장의 인수자금 마련 방법은 기발했다. 당시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4억 달러였다.1억 달러는 투자를 받기로 하고 나머지 3억 달러는 금융권에서 차입키로 했다. 그런데 금융사에서 이처럼 큰돈을 담보 없이 그냥 빌려주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떠오른 생각이 유럽 중국 남미 등에 반영구적으로 라이선스를 넘겨주고 목돈을 받아서 갚아야겠다는 전략이었다.

휠라 본사는 세계 각국 지사로부터 브랜드 로열티로 연 매출액의 7~8%를 받는다. 윤 회장은 이중 절반인 4%를 일시불로 계산해 받는 대신, 반영구적 라이선스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 글로벌 휠라를 인수했다. 물론 가장 큰 시장인 한국과 미국 판권은 현재 100% 모두 보유하고 있다. 금융 대출로 휠라 본사를 인수하면서, 인수 대상인 본사 라이선스 일부를 매각해 빚을 갚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 대동강을 사면서 대동강 물을 먼저 팔아 대금을 치른 셈이다.

이런 혁신 아이디어는 휠라코리아의 중국진출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중국 진출 교두보로 다름 아닌 '짝퉁 천국' 푸젠성(福建省)을 낙점했다. 푸젠성은 자고 일어나면 짝퉁이 등장한다고 할 정도로 모조품이 빠르게 유통되는 곳. 그러나 휠라코리아는 전혀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남들이 개발한 것을 몰래 만들던 짝퉁 전문가들이 떳떳하게 진품을 만들기 시작하며 그 많던 휠라 짝퉁이 거의 사라졌다. 짝퉁의 심장부로 들어간 또 다른 효과도 맛볼 수 있었다. 기존보다 생산단가를 50%까지 획기적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한결 저렴해진 가격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휠라USA를 흑자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휠라코리아 사옥 내 한쪽 벽에 걸린 모델 사진들을 보고 어떤 모델을 쓰고 싶냐고 윤 회장에게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모범적인 농구스타를 기용해서 재미를 못 봤다"며 "마케팅에는 반드시 모범생이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노이즈를 내는 모델이 마케팅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120만 달러 모델료를 주고, 페리스 힐튼을 썼을 때 효과가 좋았습니다. 우리가 쓰고 싶던 모델은 안젤리나 졸리였지만 워낙 모델료가 비싸 못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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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휠라코리아 상장 대박에 대한 소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빅4'를 향한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 "여전히 순항중입니다.”

상장이후 휠라코리아 주가는 공모가 3만5000원의 2배 이상인 7만6000원까지 올랐다. 2007년 휠라글로벌 인수 당시 주당 2만원에 지분을 인수 한 바 있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상장과 동시에 산술적으로 투자 3년 만에 주당 1만5000원의 차익을 얻었다.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킨 윤 회장은 공모가 산정 때 '정직과 성실'을 실천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휠라코리아 공모가가 상당히 저평가 됐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상장전 주가를 더 받아줄 테니 인센티브를 달라고 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주가는 주가다. 우리가 생각할 때 '3만5000원이 적정 가격’ 이라고 생각해 제안을 거절했다. 사실 그 일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상장 관련 이야기에서 윤 회장의 표정은 잠시 어두워졌다. 윤 회장은 “누적순이익도 이미 전년대비 94%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가에서 3분기 실적만 보는 것은 영업외적 요인을 걱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특히 회계매출과 세법의 기간산출과 관련한 기준의 차이와 환율차로 발생한 일시적 순익감소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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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휠라코리아 상장 대박에 대한 소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빅4'를 향한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 앞으로의 휠라는?

“반영구적 라이선스를 줬던 대상이 우리에겐 새로운 가능성입니다.”
윤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으로 '반영구적 라이선스의 재구매'와 '지역별 차별화 마케팅'을 꼽았다.

-휠라가 빅4 스포츠 브랜드로 비상하기 위한 전략은.
▶상장 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현재 미국의 휠라USA는 직영체제로, 중국은 업계 1위 안타스포츠와 합작법인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그 외 지역은 반영구적 라이선스를 준 상태다. 지금은 다시 반영구적 라이선스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미국 등 지역별 차별화 전략에 대해 그는 “EU는 이제 국경 없는 시장이 됐다. ‘프랑스의 파트너가 프랑스에서만 물건을 팔겠지’라고 생각하면 실패한다"며 "유럽을 정복하려면 유통 체인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여전히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은 '밸류 프로덕트(value product)'를 중심으로 접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쟁자인 나이키, 아디다스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나이키나 아디다스는 코트에서 즐기는 의류, 신발이 중심이지만 휠라는 운동하러 갈 때와 운동하고 나서의 모든 제품군에 포인트를 맞췄다. 그래서 시장 크기가 그들보다 훨씬 크다. 이것이 우리 강점이다.


마케팅 포인트에 관해서 윤 회장은 “나이키, 아디다스는 어마어마한 재정파워를 갖고 있어서 마케팅 투자비도 많다"며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을 여력이 없는 휠라는 그들이 트렌드를 만들고 고객에게 콘셉트를 주입시킬 때 역으로 트렌드를 읽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제품을 찾아서 만드는 시장 친화적 마케팅이야말로 휠라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경쟁사처럼 휠라도 '브랜드 컴퍼니'를 고수할 생각인가.
▶'브랜드 컴퍼니'를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다. 브랜드가 생산을 병행할 때 많은 문제가 생긴다. 시장 수요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품질이 안 좋아도 공장을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마케팅보다 돈을 더 투자한 공장 중심으로 경영을 하게 된다. 결국 제조도 마케팅도 모두 경쟁력을 잃게 돼 진정한 브랜드로서 성장하기 어렵다.


인터뷰 마지막에 '60대 청년' 윤 회장은 열정 넘치는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휠라에게 기회는 언제나 있습니다. 휠라는 기회를 볼 줄 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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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휠라코리아 상장 대박에 대한 소감,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빅4'를 향한 앞으로의 경영 전략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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